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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3일 수요일

아는 만큼 누린다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도서관에 가면된다. 만일 내가 원하는 책이 없다면?

자주 가는 '대화도서관'을 예로 들면

1. 대화도서관 홈페이지 접속
2. 개인대출확인 및 연장신청에 주민번호 입력 (회원인 경우만 가능)
3. 왼쪽에서 다섯번째 항목인 '비치희망도서신청' 클릭
4. 세부사항을 쓰고 등록
5. 책이 들어왔다는 문자를 받으면 끝!

정말 놀라웠다. 왜 이런 혜택을 지금까지 몰랐던 거지 하는 아쉬움과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내가 내는 세금으로 이용하는 복지혜택!

물론 대화도서관 뿐만 아니라 집 근처 국립, 공립, 시립 등 다양한 도서관도 이런식으로 운영될 것이다. 그러니 중요한 건 직접 찾아보는 센스다.

덕분에 4월 25일에 신청한 '영화학교에서 배운 101가지'를 읽고 왔다. 책을 본 후 소장가치를 판단하는 것도 요령이라면 요령이다.

많이 아는 만큼, 더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2012년 5월 22일 화요일

다가와 다가와줘 베이베

동갑내기 사촌이 놀러왔다. 엄밀히 말하면 나보다 4개월 먼저 태어났지만 학교를 일찍들어간 나이기에 거의 친구처럼 지냈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지금 회계사 준비를 하고 있다. 집에 놀러온 기념으로 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밖에서 먹기로 했다.

집에서 약 8분을 걸으면 '여왕 갈매기'라는 고깃집이 나온다. 갈매기살, 곱창, 뽈살 등 다양한 부속을 파는 가게인데 주인이 장사를 잘한다. 야채와 소스는 기본적으로 셀프지만 바쁜 와중에도 우리 테이블을 챙겨준다. 저녁 6시 반인데 가게 밖 테이블에 손님이 가득하다. 해가 길어지고, 날씨가 더워지는 것과 여왕 갈매기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람이 제법 많아 주인에게 물어보니 이런적은 처음이라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역시 여왕님이다.

마늘소스에 적당히 기름이 발라진 갈매기살을 한 점, 오동통한 질감과 새햐안 곱이 있는 곱창을 한덩이, 빨간 자태에 쫀득한 힘줄을 뽐내는 뽈살 한 점을 불판위에 올렸다. 슉슉 쪼그라드는 단백질들을 보며 입에 군침이 돌았다. 아버지가 시키신 막걸리 한잔을 들이키며, 콩나물과 파를 겨자 소스 버무렸다.

외삼촌 건강은 어떠시니, 사촌의 동생은 학교 잘 다니니 이런저런 근황을 주고 받았다. 아버지는 얼마 전 강원도 방태산 휴양림으로 떠난 등산 이야기를 하셨다. 나와 동생이 함께한 세부자의 등산이 꽤나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다. 저번주에는 어머니와 함께 또 등산을 가셨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조금 두꺼워진 것 같다며, 사촌에게도 시간되면 함께 가자고 말하셨다. 한잔에도 붉어지는 얼굴이 꼭 거울을 보는 듯 했다. 역시 저는 당신의 핏줄입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유난히 막걸리가 잘 넘어갔다. 꿀꺽꿀꺽 시원했다. 아마 사촌이 옆에 있어서 더 맛있게 먹지 않았을까? 원래 술을 잘 마시는 녀석은 얼굴하나 변하지 않았다. 역시 어머니 집안은 강하다. 시켰던 고기접시를 비우고 가게 밖을 나서는 데 바닥이 살짝 움직였다. 푸른색 하늘과 불타는 내 얼굴이 대비됐다.

부모님은 스타벅스에 가시고 우리는 와바로 향했다. 혜화동에서 친구 추천으로 와바 생맥주를 마신적이 있었는데 꽤 괜찮았다. 무엇보다 따로 안주를 시키지 않아도 되기에 배부른 사람에게 딱이다. 생맥주 두 잔을 시키고 팝콘을 집었다. 노란색 버터와 짭조름한 소금이 묻은게 맛있었다. 영화관에서 코카콜라와 먹는 팝콘은 이런 맛을 낼 수 없다. 짠 건배를 하고 크림과 맥주를 마셨다.

잔을 비우고 '둔켈'을 시켰다. 사촌이 편의점에서 종종 사먹는 흑맥주란다. 생맥주 값의 두배가 넘는 둔켈잔을 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달달한 첫 맛, 심심한 듯 한 목넘김, 알싸한 향이 혀를 감쌌다. 이맛이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렇게 먹기를 한 시간, 지갑에서 만원짜리를 꺼내 함께 계산을 했다. 밤이 왔고, 하얀 신발이 팽그르르 돌았다. 취기가 올라왔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다가 갈증이 났다. 안경을 쓰고 시간을 보니 새벽 2시 45분. 어느새 잠들었나보다. 냉수를 한 컵 마시고 다시 누웠는데 잠이 안왔다. 내일 일정 때문에 억지로 눈을 감았지만 그럴수록 뇌가 빠르게 돌아갔다. 결국 책상앞에 앉아 메일을 확인하고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블로그가 생각나서 무작정 타자를 쳤다.

서울 장수 막걸리와 와바 생맥주의 절묘한 조합 덕분에 신새벽을 맞이한다. 아이튠즈에서  '흙에 묻고 웃자'가 흘러나온다. 조용하고 잔잔한 분위기에 맞는 노래와 밝디 밝은 3M 스탠드가 켜진 책상에서 게시 버튼을 누른다.

2012년 5월 20일 일요일

너무 무료한 일요일 오후

동행 (이수동의 토닥토닥 그림편지 중에서)

꽃같은 그대

나무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이면 10번을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 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2012년 5월 19일 토요일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편견에 치우치면 일이 어려워지더라구요. 양쪽을 생각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아요."
얼마전 여의도에서 열렸던 MBC 방송대학에서 10년차 여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특히 사건을 보도하는 기자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전달했다.

며칠 뒤 어버이날, 부모님과 외식을 하고 서점을 들렸다. 아버지가 책을 하나 고르라고 하셨다. 신간 서적을 둘러보는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안들'을 인상깊게 봤던 터라 약 15분을 고르다가 결국 다시 장하준을 선택했다. 도대체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인가?

금융 위기, 박정희, 재벌 개혁 등 민감한 주제를 세명의 학자가 대담식으로 구성한 책은 여지없이 내 편견을 깼다. 박정희는 나쁜 사람, 재벌은 한국시장에서 타도해야 할 부패한 집단이란 통념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더불어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관치, 시장제재 등도 무조건 잘못된 게 아니라 살릴 점은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인상적이었다.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지불한 14900원이 값지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다.

여기자가 말한 '편견의 무서움'과 무심히 고른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그래서 묘하게 닮았다.

2012년 5월 18일 금요일

내 집

10대의 끝자락 답답한 마음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털어놓았다. 그렇게 탄생한 'PART' 시리즈는 고등학교 신문부 생활, 재수생활 등 내 속마음을 흩뿌리는 공간이었다.

20대에 접어든지 2년차에 군대를 갔다. 줄이 쳐진 공책을 사서 모나미 펜으로 글을 썼다. 고참에게 욕을 먹었을 때, 훈련에서 뒤쳐졌을 때. 기분나쁜일이 있을 때면 가장 먼저 일기장을 폈다.

5일전 2011년 7월부터 2012년 5월 지금까지 약 1년간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았나 궁금해졌다. 이것저것을 뒤졌지만 확실한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일정과 메모를 해둔 수첩이 없었더라면 시간의 다리를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그리고 발견한 2010년 수첩에 붙어있던 포스트 잇.

블로그를 시작한다.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을까? 괜히 자기연민이 가득한 심연속으로 빠지는 건 아닐까 앞서 걱정했다. 하지만 딱 20초만 용기를 내기로 했다. 방금 전 '우린 동물원을 샀다'에 나온 대사, "20초만 용기를 내자"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쓴다.

'내 집' 마련 이제 시작이다.